코칭을 배워가면서 골프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좌절의 순간마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와 코칭에 대해 비교해 보면서 위로를 받고 인내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어쩌면 쉽지 않기에 도전하고 싶고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1. 처음 익숙해 지기에 쉽지 않다.
골프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연습을 하고 오면 어깨부터 등, 허리, 팔, 다리 심지어 손가락까지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동안 내가 안 써오던 근육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도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잘못된 자세인 곳만 아프게 된다. 어느 정도 근육을 골고루 쓰게 되어 익숙해진 것이다.
코칭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장애물은 질문이다. 코칭의 기본이며 핵심 역량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질문을 너무 안 하고 살았다. 오히려 조언, 충고, 평가를 잘해야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거라 생각했고, 또 일을 잘하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열린 질문, 긍정 질문, 중립적 질문 등은 얼마나 어색한지 나의 말 습관 전체를 반성하며 한마디 한마디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코칭은 역본 능에 도전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원래 쉬운 것이 아니고 에고가 올라오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냥 더 익숙하게 만들면 된다.
2. Mental Game이다.
골프는 어느 정도 스윙에 익숙해지고 나면 멘탈 게임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멘탈이 무너지면 이상한 스윙을 하게 되고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나의 스윙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평온한 멘탈이다. 방금 ‘Nice Shot’ 소리를 듣고 버디까지 했는데 바로 다음 홀에서 트리플을 하는 건 아마추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오늘의 컨디션, 날씨, 동행자와 캐디의 스타일까지.. 골프가 안 되는 만 가지 이유이라고 하는 많은 변명들은 사실 결국 그래서 내가 집중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몸과 마음 모두를 정렬해야 하는 예민한 운동이다. 비록 멈춰 있는 공이라 하더라도.. 어렵다. 그 가만히 있는 작은 공에게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코칭 역시 멘탈이다. 시간이 지나 훈련이 되더라도 어떤 주제와 고객을 만나더라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코칭을 하기란 정말 어렵다. 내가 잘 아는 주제라고 쉽지 않고 내가 모르는 주제라고 못 한다는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주제는 조언하고 답을 빨리 알려주고 싶어 코치는 그 유혹을 참아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주제는 호기심이 발동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많은 코치들이 초반에 고객의 주제를 접하게 되면 덥석 물고 들어간다. 그래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을 하시겠어요?”라고 시작되면 그날은 잘 안 풀리거나 뻔한 답을 얻게 되어 고객도 코치도 만족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제를 들고 온 고객에게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아 호기심 가득하게 탐색할 때 알아차림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3. 마스터 하는 건 없다. 그냥 계속하는 거다.
골프는 힘 빼는데 3년이라고들 한다. 다른 운동들은 몇 년 정도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데 골프는 어느 정도 숙련이 되었는데도 Up & Down이 매우 심하다.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퍼팅샷까지 완벽한 날은 거의 없다. 한 가지가 잘되면 이상하게 다른 게 잘 안된다. 모든 샷이 잘 된다는 그분이 오시는 날은 몇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 구력이 30년이 되신 분을 만나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여전히 어떻게 하면 더 잘 치지?를 고민한다.
코칭도 실습 시간이 채워지고 자격을 획득하고 경험이 늘어난다고 해서 매번 완벽한 코칭이 되기란 어렵다. 아마도 KAC 자격을 준비하는 그때가 가장 자신감 있게 코칭을 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무식하면 용감한 걸까? KPC를 거쳐 KSC가 되어서도 오히려 더 정체 되거나 퇴보 되는 느낌이 들고 코칭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도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라고 위안 삼아 본다. 어느 MCC께서 코칭은 평생 배움의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 것, 그리고 어차피 완성된 제품으로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코칭 안에서 고객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결국 연습(Practice)! 연습(Practice)! 뿐이다.
4. 타고난 재능은 있다. 하지만 모두 할 수 있다.
골프는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겠지만 근력과 유연함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몸을 잘 관찰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이 타고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빠르게 실력이 올라가고 장거리 샷을 쉽게 만드는 것을 목격한다. 흔히 “골프 신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출발하게 된다.
코칭도 KAC를 준비하는 코치님들 중에도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너무 잘하는 사람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 오픈 마인드 그리고 코칭다운 커뮤니케이션을 평소 많이 해서 이미 장착된 사람은 코칭에 적응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가끔은 상위 자격보다 더 훌륭한 KAC도 많이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재능은 시작에 유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발선이 다르고 노력의 에너지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달리면 결국 비슷한 곳에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다. 실제로 처음에 어려워하시던 분들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꽤 많이 목격했고, 그때의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변화의 모습이 오히려 앞으로 달려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미 잘하던 사람은 더 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가 되는 건 좀 다른 이야기 일수도...
5.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렘
골프는 한 팀이 4명으로 구성된다. 서로 겨루는 경기가 아니고 스스로 점수를 축적해 가는 나와의 경기다 보니 구성된 팀의 멤버에 남녀노소 제한이 없다. 매 라운딩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구장을 만나는 설렘이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만남이 새로운 만남이 부담스럽고 기회도 줄어드는데, 골프는 비교적 쉽고 부담 없이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칭도 물론 평생을 함께 가는 파트너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같은 고객이더라도 매 세션 새로운 주제를 통해 다른 모습으로 그를 만나는 것이다. 물론 몇 번의 코칭 시간으로 고객과 고객의 인생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삶의 한 순간에 공존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변화를 목격하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매순간 코치에게 배움의 장이 되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지금 코칭을 막 시작해서 훈련이 힘든 많은 코치님들께 좌절하지 마시라는 말씀 전하고 싶다. 걱정이나 긴장 없이 골프장에 나가는 날이 오기까지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고객을 만나는 것 역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비록 오늘 내일 업&다운이 있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조금씩 안정되고 성장하는 그래프를 그려간다. 그러기에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계신 코치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