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디자이너”
어느 날, 코칭을 받으면서 필자 스스로 붙힌, 코치로서의 수식어였다. 지금도 코칭할 때, 에너지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코치로서 코칭하거나 고객으로서 코칭 받으면서, 매번 느끼는 게 있다. 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마술 같은 일이 펼쳐져요!” 과장도 아니고, 빈말도 아니다. 정말이다. 몇 번의 질문을 주고받으면, 고객이 ‘아!’라는 작은 탄성을 내뱉는다. 마술이 펼쳐지는 시점이다.
탄성을 내뱉은 다음에는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말문을 연다.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엇을 하고 있지 않은지를 말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찾아 헤매도 보이지 않았던, 본인이 원하는 답을 찾아간다. 이러니 어찌 마술 같은 일이 펼쳐진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필자가 코칭을 받을 때도 그렇다. 그냥 떠오른 문제를 코칭의 주제로 가져오지만, 몇 번의 질문을 받으면서, 그 저변에 깔린 진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돌발 질문!
KAC 시험을 보는데,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있다. 이 중에 가장 준비하기 어려운 게 뭘까? 그렇다. 코칭 일지다. 코칭 일지에, 50시간을 어떻게 채웠는지 상세히 잘 적어야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5~10시간을 여유 있게 채우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다른 서류도 중요하지만, 나 혼자 할 수 없고 시간적인 제한도 있으니, 가장 준비하기 어렵고 중요하다. 필자는 코칭 일지를 채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목표 시험 일정을 정했다.
5월 초에 서류접수를 시작으로 6월에 실기 시험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4월 말까지 코칭 일지 포함,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다른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코칭 일지가 문제였다. 남은 기간을 역으로 계산해 보니, 한주에 4시간 이상을 해야 간신히 맞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달리는 느낌이었다.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 5일에 4시간이면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해야 한다는, 한숨을 동반한 과학적인 추론에 이르렀다.
필자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건,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면 퇴근 후인데, 직장인은 퇴근 후도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이라 말하기 어렵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런저런 일정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 일도 있고, 대인관계의 활성화(?)를 위한 시간도 가져야 한다. 아! 물론 일정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시간에 쫓길 때는 난감한 마음이, 그 아래서 심하게 떨고 있다. 직장인이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
‘궁즉통’이라고 했던가?
상황이 이러니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봤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가능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주말에는 코칭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서 진행하고, 주중에는 코칭 대화를 활용한 직원 면담을 떠올렸다. 달리던 마음이, 빠른 걸음으로 전환됐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아무튼. 시작할 때 언급했던, ‘어느 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할까 한다.
그날은 코칭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코칭 일지가 가장 큰 문제였기에, 코칭 실습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주제로 꺼냈다.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시험으로서의 코칭과 실제 코칭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자격증만 따는 건 의미가 없다. 자격증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진정한 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때 ‘진정한’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진정한’이라는 표현을, 생각하고 생각해서 사용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질문에 힘 아니겠는가?
‘그래! 내가 진정한 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뭐지?’
잠깐 생각하니, 에너지를 끌어올려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코칭의 매력에 빠진 문장에도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주제는 ‘진정한 코치가 되는 방법’으로 변경됐다. 진정한 코치가 되었다고 했을 때, 뭐가 보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애드벌룬이 떠올랐다. 구름을 뚫고 높이 올라갔다. 거기에 무엇을 더해보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알록달록한 색상이 떠올랐다. 그래서 알록달록하게 덧칠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성’이라고 답을 했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결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를 피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 포함, 다양한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그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주는 코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가슴속에 애드벌룬이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다. 한층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관중에게 던지는, 발표자의 한마디로 제격인 표현이다. 상상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인데, 그 이상이라니…. 그때 받았던 코칭이 필자에게 그랬다. 기대했던 그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은지, 깔끔하게 정의했다. 정의에 대한 모습을 명확하게 시각화했다. 그야말로 최상의 결과였다.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화다.
코칭에서 힘을 발휘하는 건 질문도 있지만, 시각화도 있다. 시각화는 떨어진 에너지를 끌어올려 주는 데 안성맞춤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그릴 수 있고, 그 위에 올라서 볼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할 수 있을까?’ 로 시작된 질문을, ‘할 수 있네!’라는 확신으로 바꿔준다. 확신만큼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게 있을까? 무엇을 보고 싶든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지만, 이왕 상상하는 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상상이면 더 좋지 않을까? 에너지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