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自尊心)’과 ‘자존감(自尊感)’
어떤 차이일까? 많이 들어는 봤는데, 명확하게 설명하라고 하면 그게 또 어렵다.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자존심은 ‘비교해서 우위에 서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비교’이고, 자존감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사랑’이다. 핵심 단어만 봐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두 단어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평가를 나누는 기준과도 흡사하다. 자존심은 상대평가와 같고, 자존감은 절대평가와 같다. 자존심은 상대와의 비교에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여부가 결정된다. 자존감은 그와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된다. 마음먹은 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어처럼 퍼진 적이 있었다.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이 행복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렇게 된다는 의미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을 내세우겠다는 말이다.
앞에 언급한 정의는, 필자가 직접 생각한 표현은 아니다.
코칭 기초 과정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교육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이니,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겠지? 코칭은 전반적으로, 대화로 이루어진다. 대면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화상 통화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코칭 대화에서는, 경청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된다. 잘 들어야, 그에 맞는 질문이나 기타 코칭 스킬을 이용해서 대응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칭이 아닌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더라도 그렇다. 경청은 매우 중요하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곧,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과 연결된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경청은 곧 자존감을 올려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고객의 자존감이 올라가야 에너지가 올라가고, 에너지가 올라가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된다.
자존감은 고객뿐만 아니라, 코치에게도 중요하다.
대화할 때, 부딪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와 상황이 있겠지만,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존중을 담지 않고 내뱉는 말은 비수가 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걸 받은 사람은 어떻겠는가? 더 큰 비수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정도의 강도로 비수를 날린다. 존중은커녕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며, 말로 치고받는다. 대화가 기 싸움으로 변질하는 거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기를 꺾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당신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기 싫어하는 자기 성격 때문에 그러니, 양해해달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결국은, 비교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상대평가처럼 말이다. 상대평가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명확한 단점은 분명히 있다. 내가 잘하려고 하는 마음보다, 상대가 못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사실이다.
경쟁할 때를 생각해 보자.
내가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지만, 상대가 실수하길 바라는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커진다. 그래야 내 결과에 상관없이, 우위에 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가득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문제가 생길까? 자기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해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게 된다. 상대를 너무 의식하다, 스스로 무너진다는 말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런 상황을 가끔 본다. 잘하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말이다. 무너지는 순간을 보면 그 이유가 거의 같다.
프로 골프 선수 출신이 한 말이 기억난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자기 플레이에 집중한 사람입니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쟁 선수를 너무 의식해서, 자기 플레이를 온전하게 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가 꺾인다고 해야 하나? 잘하던 선수도, 경쟁 선수의 탁월한 플레이에 휩쓸리면서 무너진다. 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는, 기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자기를 믿고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존감이 높은 선수라는 말이다.
코치에게 자존감이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고객은 경쟁상대가 아니다. 고객은 풀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가끔 기가 센(?) 고객을 만나면, 그 생각이 흐트러진다. ‘한번 해보자는 건가?’ 속에서 뭔가 불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코치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오지도 않고, 뭐든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코칭을 받고자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인지 의야 해진다. 마치 누군가 억지로 보내서 온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경험이 없으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를 수 있으니, 강연에 빗대어 설명하면 이렇다. 강연은 직접 하진 않았어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최소한 학교에서 수업들은 경험은 있으니, 이해가 편할 거다.
강연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다.
강연할 때 가장 힘들게 하는 청중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일까? 곤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집중하지 않는 청중일까? 둘 다 아니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앉아서 ‘어디 한 번 해봐!’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강연을 듣기 위한 자세가 아니라, 심사위원과 같은 자세인 거다. 학교 선생님도 이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 표정이 그렇다고 한다. ‘어디 한 번 해보시죠!’ 듣기만 해도 힘이 빠진다. 앞서 말한 고객이 이런 청중 혹은 학생과 같은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하며 의기를 불태워야 할까?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코치는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코치가 되어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시작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기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자기감정과 생각 그리고 욕구를 살피는 거다. 그 안에서 자기 강점에 초점을 맞추면, 내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치로서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존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긍정 확언과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도 좋다. 산책하면서 긍정 확언을 하거나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존감은 당장 뿅 하고 생기는 게 아니다. 매일 꾸준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현재 상태를 알아차리는 시간을 통해, 점검하면서 가꾸어 가야 한다. 집에서 사랑받은 아이가 밖에서도 사랑받는다.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사랑에 힘이 그렇게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