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도넛 카페가 있다. 이곳에 이사 오자 마자 일등으로 내 눈에 들어온 카페인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집에 있으면 나오기 바쁘고, 밖에 있으면 들어가기 바쁠 만큼 매일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
독립한 이후로는 본가에 가는 날이면 이미 내 마음은 쉴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재 충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피곤이 누적되었다. 그래서 일까, 내 발걸음이 도넛카페를 향해 걸었다.
이런 멋진 곳이었어, Wonder~!
도넛 한 개와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고 나를 반기는 소파 위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노라니 'Laid back'이라는 문구와 함께 부제로' Strolling through Unfamilar Portugal'이라고 써 있었던 책이 달려왔다. 어딘가 기대어 쉬는 느낌의 포르투갈의 정감이 반가웠다.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 홈스테이 호스트 가족이 포르투갈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보자 나의 기억은 과거로 걸어갔다. 긴 눈썹을 껌벅거리며 내가 귀가할 때까지 흔들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계시던 아주머니, 한국요리가 최고라며 참치 찌개에 감탄을 뿜어냈던 가족들은 여전히 나를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보니 작가도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남들도 나눠주며 두고두고 자신을 챙기고 위로할 것들을 차곡차곡 챙기고 있었다.
'내가 경험하고 보는 모든 것은 세상의 일부이다.'
'나는 지금, 여기를 100% 느낀다.'
'나는 충분히 느낀다.'
'Wonder! 나는 불확실성의 놀라움을 언제나 즐긴다.'
'나는 온전하고 완전하다.'
도넛 카페를 나오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평소의 내 삶도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가면 어떨까? ‘난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여행하려고 살고 있다’라고 말이다.
몸도 마음도 바쁜 와중에 휴식처럼 다가온 그 책은 온전히 지금의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나는 지금, 여기를 100% 느낀다.'